[마음에 두지 마라]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흐르는 것은 흘러가게 놓아 둬라
바람도 담아 두면 나를 흔들 때가 있고,
햇살도 담아 두면
마음을 새까맣게 태울 때가 있다

아무리 영롱한 이슬도
마음에 담으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예쁜 사랑도
지나가고 나면 상처가 되니
그냥 왔다가 가게 놓아 둬라

마음에 가두지 마라
출렁이는 것은 반짝이면서 흘러가게 놓아둬라
물도 가두면 넘칠 때가 있고,
빗물도 가두면 소리내어 울어버릴 때가 있다

아무리 즐거운 노래도
혼자서 부르면 눈물이 되고,
아무리 향기로운 꽃밭도
시들고 나면 아픔이 되니
출렁이면서 피어나게 놓아 둬라

―이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