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랑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박노해 ‘겨울사랑’